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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사는 사람은 당연히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입니다.
그들에게 행복이라는 단어는 어울릴 수 없습니다.
자기자신을 사랑하고, 자신의 지니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인식하는 사람만이 행복의 공간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.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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가을 산파 4 / 강정
오래 불 켜 둔 어느 가을밤,
문 밖의 그림자가 돌연 방문해 날 겁간한 적 있다
여자였으나, 내가 여자라 여긴 모든 형상과도 다른 여자였다
명백한 타인이었으나 만질수록 커져 가는 그 몸이
사후의 나란 걸 알고 희열에 차 울었었다
하룻밤의 망념이 천지를 끌어안은 날이었다
항문이며 입이며,
제 몸속 온갖 구멍들 속에 큰 덩치를 욱여넣으려 애쓰던 그녀,
태어나기도 전에 죽어 버린 내 얼굴이 허공에 어른거려
어느 먼 데의 굴뚝을 한참 바라봤었다
누가 쓰다 버린 연필 촉 같았다
말로는 다 설명 못할 그림을 허공 창천에 연기 피워 그려 대고 있었다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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어느 날 저녁 /이상국

마트에서 돌아오는데
간지럼 혹은 무슨 즐거움 같은 게
나를 슬쩍 건드리고 지나간다
비닐봉지에 든 맥주였을까
저만치 가는 여자의 단발머리일까
하여튼 집으로 돌아오는데
수줍은 듯한 어둠도 그랬지만
서늘한 가로등도 나를 아는 것 같았다
이런 적이 별로 없었다

 

 

 

 


나는 늘 저녁의 골목을
집 나갔다 오는 아이처럼
고개를 숙이고 돌아오고는 했는데
오늘은 달랐다
차오르는 어둠에 아무렇게나 몸을 적신 나를
무슨 희망 같은 게
물고기처럼 툭 치고 지나가는 것이었다
나중에 생각해보니까
그때 골목길에는 나밖에 없었고
소년처럼 반바지를 입은 데다
비닐봉지를 든 나를 그렇게 건드리고 간 것은
아무래도 나인 것 같았다

 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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